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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앞서.
개막전 패배. 5R까지 리그 1승. 직전 라운드에서 올 해 승격 팀에게 무승부.
문자로만 봐도 강팀에겐 아찔한 시작이지요. 그리고 저건 양 팀의 ‘공통점’입니다.
아직 우승을 포기할 수 없는 두 팀에게는 퇴로 없는 전쟁.
한 편 다른 팀들에게 이 경기는,
네. ‘팝콘 매치’입니다.
#2. 나폴리의 ‘이유있는’ 승리
아무래도 국내에는 유벤투스 팬덤이 두텁고, 그러다 보니 경기가 끝나면 유벤투스 위주의 글이나 해석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잘 하던 못 하던 간에,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때문에 자칫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이 경기는 나폴리가 잘 해서 이긴 거예요. 유벤투스 선수 개개인에 대한 비판이 그들의 승리를 퇴색시켜선 안 되겠지요.
양 팀 다 세 명의 3선에 기반을 둔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출발했고. 유벤투스는 나폴리에게 깔끔히 공략당하며 패배합니다.
유벤투스의 누가 공을 잡건 주변에 나폴리 선수들이 우글거렸고,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내지 못했어요. 포그바는 개인역량으로 이를 해결하려 무리한 돌파를 시도했고 번번이 턴 오버를 유발했으며, 더 윗선에 위치한 자자와 디발라, 페레이라는 공을 잡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어요. 쉽게 말하면 ‘팀 단위’의 압박을 더 효율적으로 해낸 게 나폴리고, 이러한 상황을 함께 유도해 낸 게 그들의 공격진입니다.
카예혼과 인시네(메르텐스)는 공을 소유한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상대적으로 멀리 위치할 시 밑으로 내려와 4-1-4-1의 모습을 띈 촘촘한 진형을 형성했고, 거리가 좁혀져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면 그곳을 ‘언제나’ 두 명 이상의 공격 자원이 함께 조여들어왔습니다.
‘믿을맨’ 보누치마저 장기인 롱 패스의 영점이 잡히지 않아 보였던 오늘 경기에서 유벤투스의 두 센터백은 상대 공격수의 압박에 고전하며 공을 처리하기 급급했고, 키엘리니는 특유의 ‘보는 사람 숨넘어갈 듯한(...)’ 빌드업을 보여줍니다. 탈취당하지 않은 게 용해요.
결과적으로 나폴리는 전 구역에서 수적 우위를 살리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얻어낸 기회를
‘나폴리의 절대자’ 이구아인이 1골 1어시스트의 결과물로 환산해내며 ‘당연하듯’ 경기를 가져갑니다.
사실 상 경기는 이게 끝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마침표 찍으면 리뷰가 재미없겠죠. 역시 진 팀은 까야 제 맛 이니까요(!)
나폴리가 요리한 고기를 잘근잘근 씹으며 음미해 봅시다.
#3. 터진 지점.
해당 비판은 어디까지나 ‘이걸 해결했다면 유벤투스가 이겼을 거야’의 결론 도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폴리가 경기 전반에 걸쳐 더욱 우세한 경기력을 보여줬으니까요. 따라서 이는, ‘다르게 접근했다면 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작성자의 희망을 담은) 가정에 가까워요.
2번에서 기술한 전방 자원의 압박을 대처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감독들은 후방에 공을 받아 줄 선수를 배치하곤 합니다. 뭐 전방으로 길게 지르고 세컨 볼을 따낼 수 있으면 상관없는데, 오늘 유벤투스 전방은 만주키치가 아니라 자자와 디발라였으니까요. 목적을 상실한 롱 패스는 그냥 ‘걷어내기’에요. ‘자 숨 돌렸다. 다시 공격해 봐’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알레그리 역시 누군가 센터백을 도와 줄 선수가 필요하다 판단한 모양이고, 해당 역할에는 경기에서 (다른 의미로) ‘미친’ 존재감을 뿜어 낸 선수가 기용되었습니다.
저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리뷰에서, 에르나네스의 레지스타 기용을 ‘가려진 실책’이라 평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 경기에서 저것의 그림자가 깔끔하게 걷혀져 버립니다.
에르나네스는 수비진을 도와 상황을 해결하긴 커녕 자기에게 들어오는 압박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졌어요.
첫 실점 장면에서 주고 들어가는 인시네를 그대로 놓치며 방해 한 번 못하고 슈팅을 허용케 했고,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선 이구아인에게 퇴근 길 살펴 가시라고 넙죽 조공을 바칩니다(...)
저기서부터 잘려나가기 시작하면 앞 선이 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졌더라도 말짱 꽝이에요. 하물며 공격 작업에서 기본적인 조직력조차 가다듬어지지 않아 보이던 유벤투스는 말할 것도 없죠. 다른 걸 언급할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여기가 경기에서 보이던 대부분의 문제의 시작점이에요.
#4. 레지스타의 최소요건
상대팀의 조르지뉴가 딱 대칭이다 싶을 정도로 동일한 역할을 맡았고, 그는 성공적으로 자기 몫을 소화합니다. 뭐 사실 나폴리에서 제 역할 못 한 선수 찾기가 어렵긴 하지만.
저는 ‘레지스타’라는 포지션의 기본 역할을 ‘수비수 혹은 다른 3선자원이 상대의 적극적인 압박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저기 위치하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다면 충분히 제 몫을 다 해 준 거라 해석해요. 직접적인 ‘기회 창출’까지 연결할 수 있는 선수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인데 반해 저지르는 실수는 또 기똥차게 잘 보이는 포지션이거든요 저거.
따라서 기용될 선수의 최소요건은 ‘기술’이 아닌 ‘안정성’이에요. 적어도 자기가 공을 뺏기진 말아야하니까.
그리고 이게, 경기결과와 무관하게 제가 ‘설령 마르키시오의 부재로 인한 고육책이더라도’ 에르나네스의 레지스타 기용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애초에 에르나네스는 수비국면에서 머릿수 이상의 역할을 해 주지도 못하고 수비진까지 내려가서 공을 끌어 올리는 습관이 배어있지 않을뿐더러 볼 호그 기질이 강함과 동시에 ‘좋게 말하면’ 도전적인 드리블을 선호하는 선수이기에(따옴표 안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성향 자체가 저 롤과 맞지 않아요. 아마 웬만한 인테리스타 분들은 다 아실 걸요.
잰 저기 서면 ‘안 됩니다’.
당장 이 경기에서도 같은 위치에 섰을 때 레미나가 더 안정적이었어요.
영입 당시 내키는 선수는 아니었으나, 전 아직까지는 에르나네스가 ‘트레콸’로 기용된다면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자원이라 인식해요. 따라서 비난을 받아야 할 건 ‘에르나네스’보다 ‘알레그리의 판단’이라 보고 있고.
경기가 끝난 뒤에 해 보는 가정에 불과하지만, 레미나를 포백 위에 자리하게 하고 평소에 감독이 선호하던 스투라로를 기용하여 개싸움을 유도해 보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며 곱씹어 보게 됩니다.
(님아. 이건 아니잖아요. 왜 이래요 정말)
#5. 유벤투스의 문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잘 나가던 팀이 무너지는 모습을 노출할 때 이유로 지적되는 것들.
개 중에 아무거나 골라서 유벤투스에 대입하더라도 ‘웬만하면’ 다 맞아요. 그만큼 보여주는 문제점이 다양합니다.
꾸역꾸역 시티와 제노아를 잡으며 반등의 기회를 잡나 싶었는데 승격 팀에게 발목이 잡혔고, 이번 산 파올로 스타디움에서의 결과는 이해될지언정 경기력에서 일말의 희망조차 보여주지 못했어요.
모든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지속되는 졸전은 향후 감독의 시즌 운용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하고, 그게 쌓이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형성됩니다.
6R까지 질 경기는 무난히 지고 잡을 경기는 놓치며 찍어낸 승점 5점. 필연적으로 따라온 무거운 분위기의 변화를 꾀하지 못하면 우승은 고사하고 챔스권에 드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시즌은 길고 공은 둥글다지요.
그러나 대다수의 팬들은 그걸 참고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결국 재밌자고 경기 보는 건데, 당장 화가 나니까요.
의지할 희망을 팬들이 억지로 찾게 해서는 안 돼요. 경기에서 보여줘야지.
#6. 요약.
1. 경기전반의 장악력이 우세했던 나폴리의 ‘당연한’ 승리.
2. 이렇다 할 반항을 하는데 실패한 유벤투스.
3. 작성자가 쪽잠 자며 새벽에 시청한 리그 경기 1무 3패(내가 문제였던건가)
4. 알 아재. 자꾸 이러시면 ‘각’ 나올지도 몰라요(...)
여지껏 포그바를 역할 과잉이라 생각해왔는데 이젠 맑이나 케디라가 돌아와도 '과연 큰 변화가 있을까'에 대해서 조금은 회의적이게 되네요.
시작전부터 부정적이었던 건, 에르나네스와 페레이라를 전, 후방에 동시 기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 경기를 굉장히 안일하게 접근했다고 보았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상대 팀 홈이고, 나폴리가 근소 우위 이상의 주도권을 가져갈 거라고 점치기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목적'자체가 불투명한 접근이었달까요. 상대팀의 강점을 '과소평가'했거나, '고려하지조차' 않았거나. 설마 후자였겠느냐만...
결국 경기 내내 '막아내지도' '공격하지도' 못 하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일관해버립니다. 아무리 부상으로 낼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되었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경기 끝날 때 쯤 투입한다는 게 산드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본 것들 중에 가장 비판적으로 보게 된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팀 에르나네스 보다가 상대팀 알란이랑 조르지뉴 보니까 너무 부럽더라고요. 조르지뉴는 데려왔으면 하는 자원이였고 저번시즌까지 나폴리에서 큰 활약 보여주지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감독 바뀌고 환골탈퇴하네요. 이번 경기에서도 알랑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포그바를 지워버리네요. 에르나네스 말고 얘를 데려왔었어야 했는데.....
저는 에르나네스의 트레콸 기용에 관해선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편인데요. 저번시즌 에르나네스가 인테르 있을때 공미로 꽤 나왔는데도 몇몇경기 에르갓 모드 제외하고는 영 별로여서요. 꾸준히 경기보는 그쪽팬들조차 내보내자는 의견이 많았구요.
물론 그때 인테르랑 지금 유베랑은 팀 클래스가 다르고 뭔가 더 좋은 환경이라면 더 기대해 볼 여지가 있는데 지금 전진성과 패스가지고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네요. 확실히 공미가 제 자리이니 레지스타보단 낫긴한데 페레이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고요. 페레이라나 에르나네스나 조금 애매해서 로테돌리면서 경쟁시킬거 같은데 슛팅 제외하고는 페레이라가 우세라고 전 생각해서요. 물론 지금 단정을 지어버리는건 좀 많이 위험한데 일단 3미들 자리는 확실히 아닌건 증명했으니 공미로 세간의 의심을 해소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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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포그바를 역할과잉의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었거든요. 비달이 없는 상황에서 마르키시오마저 이탈하니 '맡은 짐이 과하다'에서 출발하는 '일시적인 폼저하'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사실 요즘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과연 이탈자들이 돌아오면 달라질 지에 대해서. 맑이나 케디라가 정상 컨디션이라는 가정 하에 함께 뛰고도 저런 모습으로 일관하면 소위 이야기 되는 '스타병'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저 친구. 냉정히 말해, 고평가 받는 이유를 6R 간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뭐 그래도, 최소한 맑이 돌아올 때 까지는 지켜봐야 확실한 판단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에 가급적 평가를 보류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