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nsieur
  • 조회 수 1565
  • 댓글 수 21
  • 추천 수 20
2016년 2월 14일 15시 29분

Ⅰ. 양 팀의 상황

 

Juve vs Napoli.jpg

 

각자 최다 연승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경기 직후 고된 일정이 예약되어 있는

 

승점 2점 차 1, 2위 간의 격돌.

 

위 한 줄 외 부연설명은 불필요하다 싶기도 하고, 어차피 최근 이 경기만큼 세리에A 경기가 조명 받았던 적이 없었기에 제가 굳이 주절거릴 이유가 없을 테지요.

 

한 숨 자고 일어났으니, 약속 나가기 전에 짤막하게나마 경기 리뷰를 끼적여 봅니다.

 

Ⅱ. 변칙과 정석

 

3백으로 리그 연승기록을 세워가던 유벤투스가 4백 시스템으로 전환한 반면 나폴리는 평소의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 옵니다.

 

때문에 이 소재에 대해선 아무래도 유벤투스 쪽에서 할 말이 많겠으나.

 

굳이 길게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변칙기용의 절대적 이유는 직전 경기 키엘리니의 부상이탈이며, 부가적으로는 나폴리의 측면을 신경 쓴 배치였을 겁니다. 전반기 산 파올로 원정에서 호되게 당해 본 알레그리는 나폴리 공격진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해본 감독이니까요.

 

한편 ‘자신의 정석’을 신뢰한 나폴리 또한 천천히 상황을 관망합니다.

 

조금 아파보이더라도 체급이 비슷한 상대방의 안방에서 초장부터 스트레이트를 질러보는 시도가 일반적이진 않으니까요.

 

유벤투스나 나폴리 모두 공격국면에서의 날카로움보다 수비국면에서의 단단함이 눈에 띄었던 45분이었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이렇다 할 위협적인 장면 없이 전반전이 끝이 납니다.

 

아무래도 이런 경기 양상은 무승부가 서로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에 야기되었던 것도 있을 테지요.

 

전진은 못하더라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악수하는 것 까지는 괜찮았던 겁니다.

 

Ⅲ. 위험을 감수할 수 없던 알레그리

 

Bonucci.jpg

두 팀 모두 여느 변화 없이 맞이한 후반 초, 유벤투스에게 보누치의 아웃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발생했고 사실 상 알레그리의 공격 변화 선택지는 여기서 틀어 막혀 버립니다.

 

키엘리니 이탈의 대처방안으로 14연승을 이어온 기존 시스템까지 바꿔버렸던 알레그리가, 보누치까지 나간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 더 이상의 리스크를 감수한 변화를 채택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때까지 상대방을 잘 봉쇄하고 있던 나폴리가 승점 3점을 목표로 이빨을 세워볼 법했지요.

 

Ⅳ. 그러나, 갈아끼울 이빨이 없던 사리

 

만약 그렇다면 사리는 경기 내내 이렇다 할 공을 전달받지 못하며 잠들어있던 인시네와 이과인을 깨워야 했을 겁니다.

 

반대편의 알랑이 포그바를 상대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던 시점에서, 나폴리의 찬스 메이킹이 여타 경기와 달랐던 건 1선과 3선의 가교 역할을 해 줄 함식이 틀어 막혔던 게 발단이었어요. 이과인과 인시네가 절정의 폼을 보여줬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적어도 그게 오늘은 아니었지요.

 

hamsik.jpg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나폴리에게 함식을 대체할 자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존 3선의 대체자원 부재. 그것은 후반기 나폴리에게 우려되었던 모습 그대로의 연출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적시장에서 아탈란타의 그라씨를 수혈해왔고,

 

그는 도착과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지금의 나폴리가 3선 자원에 요구하는 역할은 새로운 이적선수에게 결코 진입장벽이 낮지 않고, 비싼 값을 치를 게 아니라면 리그 내에서 기대를 가져볼만한 활약을 보여준 유망주를 데려와 천천히 기용해나가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때문에 전 그라씨의 영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동시에, 첫 줄에 기재한 진입장벽을 이유로 ‘아마’ 그라씨가 있었더라도 오늘 경기에서 큰 차이는 없었을 거라 보고 있어요. 토리노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함식 이상의 출력치를 내 줄 수 있는 3선이라면 단순한 유망주가 아닙니다.

 

그가 있었더라도 사리감독의 선택지는 넓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Ⅴ. 종국에 이르러 결렬된 평화 협상.

 

알레그리는 더 이상의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어서, 사리는 부진한 함식을 대체할 자원이 없어서.

 

두 감독의 각기 다른 이유로 후반전 역시 저울은 기울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긴장감 속에서 서로 다음을 기약하는 평화협상이 체결되려던 87분,

 

zaza.jpg

나폴리의 영토로 설마 했던 포격이 한 발 날아듭니다.

 

경기 내내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던 쿨리발리가 일순간 내어준 작은 틈을 자자가 결승골로 환원시키면서 팽팽했던 경기는 양 팀의 희비를 가르며 종료됩니다.

 

Ⅵ. 경기의 정리

 

나폴리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없이 잔인하게 끝난 이 경기를 통해 유벤투스는 25R만에 승점 1점차로 리그 선두 자리를 탈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발생시켰지요.

 

우승을 노리는 양 팀에게 해당 경기는 승점 6점짜리 매치업이었으나, 시즌이 끝나려면 긴 시간이 남았으니 어느 팀을 응원하건 천천히 관조해봐야 할 겁니다.

 

홍보를 겸해 경기 외 이야기를 첨언하자면 개인에겐 내일 피오렌티나 vs 인테르의 경기가 보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로마가 상승세인 지금, 내일 두 팀에게 무승부는 동반자살에 가깝지 않나 싶거든요.

Profile
Monsieur Lv.9 / 929p
댓글 21 건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크~ 잘읽었습니다
항살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여튼 이번경기를 통해서 다시한번 세리에 킹은 우리다 라는 걸 증명해낸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팀이 무너진게 아니고 우리 팀이 밟고 올라 선 것이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감사합니다! 사실 힘든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가 따라오니 기분이 좋네요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저도 그러 하네요 ㅎㅎㅎ
저도 사실은 체력문제로 나폴리 승 또는 무로 봤었는데
선수들이 잘 이겨내줘서 고맙네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잘 읽었습니다. 피로누적과 부상이탈이 극성인 시점에서 이겨서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일정도 걱정이네요 ㅠㅠ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감사합니다. 보누치가 별탈없었으면 좋겠네요 ㅠㅠ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정말 글쓰는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늘 잘 읽고있습니다 ㅎ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극찬덜덜해..

 

항상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잘 읽었습니다!
무승부로 끝나겠다싶었는데 자자 골이 터질줄은ㄷㄷ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감사합니닼ㅋㅋ

 

무승부로 끝났어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경기였다 생각했는데 뜬금 뻥하니 축포가 크..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글 잘 읽었습니다 글만 읽어도 경기의 흐름이 어땠는지 쏙쏙 들어오네요ㅎ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경기 내용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리뷰네요ㄷㄷ 잘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글 진짜 잘쓰시네요 ㄷㄷ...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막상 써보시면 별것 아니다라는 판단이 드실거라 생각합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능력보단 쓸 생각이 있냐의 문제에 더 가깝지 않나 싶거든요.

 

이와 별개로 호평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재미나는 리뷰네요ㅋ 잘읽었습니다 !!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추천
1

서술하신대로 확실히 함식의 존재감이 부족했습니다. 유베는 콤팩트한 442를 유지하면서 콰드라도와 리히슈타이너가 나폴리의 왼쪽 콤비를 꽁꽁 묶었는데, 중앙에 배치된 조르지뉴와 왼쪽 메짤라 함식이 압박을 분산시켜주질 못했죠.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 떠오르는 경기였습니다. 레알마드리드도 마찬가지로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풀백인 마르셀로가 거진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아서 했었는데, 나폴리도 유일하게 압박에서 자유로웠던 우측풀백 히사이가 날카로운 크로스로 득점을 노렸고, 자자의 골을 제외한 양팀 통틀어서 가장 좋은 찬스가 나왔었습니다.

 

진짜 유베가 이렇게 대놓고 442로 잠궈버리면 답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나마 날개 자원이 풍족한 뮌헨이 대항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대항마가 되면 안되죠(...)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막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말씀하신 챔스경기가 오버랩되기도 하네요. 히사이 크로스 날라오는 것 보면서 철렁했었는데 보누치의 호수비가 제 심장을 부여잡아줬습니다...

 

개인적으로 피드백 막줄의 임팩트가 쌔게 다가옵니다. 안되는데.. 하면서도 자꾸만 되뇌여지고 있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서로서로 미들진을 거의 봉쇄하다시피해서 경기템포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뭐가 잘 되지 않았지만 나폴리같은 경우에는 알란 빼고 함식과 조르지뉴가 잘 보이지 못했고 유벤투스같은 경우에는 맑과 포그바가 나름(?) 알랑과 카예혼으로 인해 성공적으로 묶여버렸지만 케디라가 있었죠 ㅎㅎ산드로 투입도 적절했고 말씀대로 나폴리는 대체자원이 없었고 우리는 승부를 바꿀 카드가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네요.

오늘도 리뷰글 잘 읽고 갑니다. 어제 경기의 환희 아직도 지워지지가 않네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2-14
안방에서도 굉장히 신중히 기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 구단이 나폴리를 어느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와 그러한 이유를 볼 수 있던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원정와서도 팽팽하게 맞선만큼 나폴리 팬들 제법 속상할 경기...

였으나, 저도 자자골을 봤을때전율이지워지지가않습니닼ㅋㅋㅋㅋㅋㅋ감사드려요!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유베당사 디스코드 서버에 초대합니다 [16] 운영진 22.11.27 7932
화제글 투토 - 모타는 넥스트젠 선수의 1군 콜업을 고... [7] title: 15-16 어웨이찰랑찰랑베.. 24.07.11 1033
화제글 목요일 밤을 여는 유벤투스 소식 [5] title: 15-16 어웨이찰랑찰랑베.. 24.07.11 179
화제글 아침을 여는 유벤투스 소식 (재업) [4] title: 15-16 어웨이찰랑찰랑베.. 24.07.11 605
화제글 [오피셜] 케프란 튀랑 이적료 [4] title: 15-16 어웨이찰랑찰랑베.. 24.07.11 709
화제글 첫 소집? 사진보니 바르비에리 돌아왔네요? [3] title: 18-19 홈 키엘리니웅쩡꿍꽁 24.07.10 572
12 일반 [유로]이탈리아V스페인 리뷰 [1] file title: 감독 피를로울투라 16.07.01 415
11 일반 [지루했던 경기의 소소한 이야기] 유벤투스 vs ... [7] Monsieur 16.02.29 628
» 일반 [협상을 결렬시킨 포탄 한 발] 유벤투스 vs 나... [21] file Monsieur 16.02.14 1565
9 일반 [배보다 배꼽이 훠얼씬 큰] 유벤투스 vs 아탈란... [25] file Monsieur 15.10.27 1520
8 일반 [의심이 모이면 확신이 된다] 나폴리 - 유벤투... [24] file Monsieur 15.09.27 1127
7 일반 [알레그리의 묘책, 페예그리니의 실책]맨체스터... [20] file Monsieur 15.09.16 1332
6 일반 [나도 승리의 리뷰를 쓰고 싶다]Serie A 3R 유... [14] file Monsieur 15.09.13 649
5 일반 [올림피코에서 펼쳐진 검투사들의 향연] Serie ... [8] file Monsieur 15.08.31 684
4 일반 [물감통이 엎질러진 그림과 붉은 색의 타이탄] ... [2] file Monsieur 15.08.27 885
3 일반 요베티치 펄펄, 포그바 주춤… 세리에A 1R 리뷰 [1] 유베건담 15.08.26 259
2 일반 [등껍질을 물다 이빨이 깨져버리다] 개인적인 ... [23] file Monsieur 15.08.24 1169
1 일반 [지나가듯 보면 되는] 라치오 vs 레버쿠젠 리뷰 [11] Monsieur 15.08.19 488
출석체크
아이콘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