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nsi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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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9일 15시 36분

Ⅰ. 들어가기 전 소평

 

경기는 양 감독의 계산된 행위보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터진 하나의 ‘사고’을 분기점으로 기울었으며 그대로 끝이 났어요.

 

그래서인지 개인에게 이 경기는 참으로 재미없던 경기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보라고 권하고 싶은 경기는 아니었어요.

 

Ⅱ. 양 팀의 사정

 

얼마 전 뮌헨을 상대로 한 유벤투스는 일단 산소 호흡기를 다는 데까진 성공했습니다. 확률이 높건 낮건 간에, 팬들에게 하여금 자신들의 2차전을 지켜볼 이유는 심어줬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제법 많은 걸 쏟아낸 모양입니다. 연이어 나왔던 자원의 대부분은 지쳐 보였고, 거기에 비까지 내리면서 그들의 발목이 묶여버립니다. 특기할 만큼의 강한 프레스가 들어왔던 경기가 아님에도 미스가 많았어요.

 

한 편 인테르는 전반기 간 자랑했던 그들의 방패가 완연히 깨져버린 상태로 원정길을 올랐지요.

 

‘전반기의 가디언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만 써도 글 하나의 분량이 나올 만큼, 전반기와 후반기 인테르는 극명히 다른 팀입니다. 그런 두 시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이카르디’라는 포탄을 적의 품안에 질러 넣게 할 포신이 여전히 미덥지 않다는 점이겠지요.

 

자신들의 피로를 의식한 탓인지 경기 초반에 힘을 실었던 유벤투스의 공세가 무위로 돌아간 이후, 경기가 지루해진 건 이런 두 팀의 사정이 맞물린 결과일 겁니다.

 

Ⅲ. 담.쏘.공

 

승리를 노리고 있다면 양 팀 모두 변화를 생각해봄직한 전반전이 종료된 후 후반전이 시작됐고,

 

시작과 동시에 담브로시오가 사고를 칩니다.

 

올해의 워스트 실책으로 꼽혀도 손색이 없던 그 남자의 클리어링이 그대로 보누치에게 전달되며 네라주리의 골문이 열렸고, 그렇게 알레그리 쪽에서 변화를 꾀할 이유가 사라져버렸지요.

 

Ⅳ. 같은 시스템. 다른 카드

 

‘중원’이라 표현하는 지역의 활로는 양 팀 다 막혀있었지요. 원정팀이 홈팀의 강점을 봉쇄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경기에서 인테르의 3선은 유벤투스의 3선을 제법 잘 상대해낸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동일한 3백 시스템을 들고 나온 양 감독의 카드 차이가 드러납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중요성은 언급하기 귀찮을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리그 강팀의 속한 풀백 자원이라면 단순한 백라인의 수비구축 임무 외에도, 공격 전개에서 숨통을 트여주게 할 의무를 부담하지요.

 

그리고 인테르는 두 가지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만한 풀백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오늘 유벤투스의 산드로와 리히슈타이너는 동일한 역할군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냈어요.

 

일반적인 리그 경기에서 공의 주도권을 쥘만한 강팀으로 인식됨에도 ‘풀백라인이 볼 전개의 다양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이건 본인이 현재 인테르가 발현하는 문제의 시발점으로 인식하는 부분에 해당합니다. 게임메이커가 없다, 이카르디의 장점을 살릴 파트너가 없다는 문제보다 더욱.

 

피치 가운데 쏟아지는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현대축구에서 어지간한 엘리트 사공이 있었더라도 결국 홀로 배를 전진시키는 데엔 무리가 따를 테니까요.

 

Ⅴ. 대답을 할 수 없던 이카르디

 

쥐고 있는 카드의 레벨이 밀리는 건 감독 입장에서 어쩔 수 없어요. 특히나 강팀일수록 풀백은 언제나 품귀현상에 시달리는 곳이고, 만시니 역시 자신들의 문제점을 손 놓고 지켜보진 않았지요.

 

허나 그런 만시니가 선택한 랴이치와 페리시치는 자유롭게 움직이던 상대 풀백의 전진을 막아내지도, 그들에게 특별한 위협을 가하지도 못했으며,

 

당연히 침묵하고 있던 이카르디를 살리는 데에도 실패합니다.

 

도리어 저 교체로 인해 유벤투스가 더 편하게 게임을 풀어나가지 않았던가 싶을 정도로 만시니가 가한 변화는 실효성을 띄지 못했고, 결국 PK로 추가실점을 내준 이후 경기가 끝이 납니다.

 

글쎄요. 만시니는 부진한 이카르디를 배제하기보다 어떻게든 살려내 보려 했었고, 본인은 경기를 접근할 때 보통 감독의 판단을 존중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편입니다.

 

그렇더라도 에데르의 10분이 이카르디의 80분보다 위협적이었던 건, 결과적으로 네라주리 팬들에게 꽤나 씁쓸한 맛이 나는 장면이었을 테지요.

 

Ⅵ. 총평

 

전 전반기를 정리하는 글을 남기며, ‘개 중에 세리에A 우승에 가까운 팀을 꼽으라면 인테르를 꼽겠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펠레 뺨치는 결과물로 주변 지인들에게 개망신을 당하고 있지요(ㅠㅠ)

 

생각건대 평소보다 좋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이던 유벤투스를 상대로 인테르가 패배한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어찌됐건 리그 1위 팀을 상대로 한 원정 경기였으니까요.

 

팬들에게 뼈아프게 다가올 부분은 더비전의 패배보다 정체성이 사라져버린 팀의 상태일 겁니다. 그들은 현재 장점으로 인식할만한 부분을 찾기 어려운 팀이 되어버렸어요.

 

밀란과 로마가 덩달아 살아나는 현 시점에서 반등이 늦어진다면 대륙 컵 진출이 낙관적으로 볼 여지가 점점 줄어가는 것 또한 사실이지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인테리스타들에게 감히 심심한 위로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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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sieur Lv.9 / 929p
댓글 7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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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생각보다 경기가 쉽게 풀려서, 개인이 특별한 변화점을 인식한 점이 없기에 유벤투스 관련해 딱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당사에 올리니 묘하게 죄송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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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를 했고 인테르가 자멸했지요 ㅎㅎ 확실히 우리는 뮌헨전의 여파가 있었고 그거 감안하면 괜찮은 경기 아니였나 싶습니다. 글 잘보았습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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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담쏘공이 컸음요. 개꿀(...)

 

감사합니다!

전반만보고 자고싶을 정도로 데르비의 긴장감이 많이 사라졌네요.
뮌헨전까지 주전들이 얼마나 회복할지 모르겠습니다.

글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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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이게 저도 참, 살을 떨며 봤던 바이언 전 여파인진 모르겠는데 특별히 긴장이 되질 않았었네요. 사실 지금 찰랑찰랑네드베드님께서 다시 언급해주셔서 '참, 이게 데르비였지...'하는 걸 상기했습니다.

 

그쵸. 이거 데르비였어요. 그런데도 끝나고 나서, 아니 지금 다시 되돌이켜봐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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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2:0이라는 결과에 비해 과정은 좀 아쉬움이 많이 남았네요. 

하지만 데르비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뮌헨전에 쏟아내었던것이 많았다고 생각하렵니다.

또 비가 많이와서 볼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었고, 볼컨트롤도 쉽지 않았을거고, 뛰는것도

더 힘들었을것이니 열심히 뛰어준것만으로도 고마운 경기이긴 했네요.ㅠㅠ

아무쪼록 잘 추스리고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다가오는 코파나 챔스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p.s 올려주신글은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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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말씀하신 것처럼 팀의 퍼포먼스 대비 결과가 너무 수월하게 따라온 경기였어요. 풀백자원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졌으나 그것이 결과물까진 내지 못하는 와중에 운이 따라준 측면도 크다 생각하고. 팀의 서포터 입장에선 '어찌됐건 이겼으니 됐다' 정도로 만족하게 된 경기였습니다ㅎㅎ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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