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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유벤투스, 진정한 ‘별들의 전쟁’속으로
‘명불허전(名不虛傳)’. 현재 유벤투스의 기세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유벤투스는 지난달 26일 벌어진 08/09 챔피언스리그 제니트와의 원정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기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금까지의 조별예선 성적은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은 3승 2무. 승점 11점을 확보한 유벤투스는 바테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하더라도 H조 1위를 확정할 수 있어 한결 편한 마음으로 다음 라운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유벤투스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하기까지 꽤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06년에 불거진 ‘칼치오폴리(Calciopoli: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해 세리에B로 강등당하는 징계를 받아 유벤투스는 지난 2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강등 후 1시즌만에 다시 세리에A로 복귀, 리그 중위권에 머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승격 첫 해에 리그 3위를 차지하며 05/06시즌 8강 아스날전 이후 3년 만에 ‘별들의 전쟁’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하지만 돌아온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그들에게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였다. 유벤투스는 3차 예선에서 아르트메디아를 종합성적 5-1로 대파하며 32강 조별 리그에 안착했지만, 같은 조에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 지난 시즌 UEFA컵·UEFA슈퍼컵 우승팀인 제니트가 편성되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유벤투스와 제니트가 남은 16강 티켓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로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새롭게 유럽의 강자로 떠오른 제니트의 기세를 높이 평가했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챔피언스리그(02/03시즌 4강, 04/05시즌 16강)에서 번번이 패배의 쓴 맛을 안겨준 유벤투스에게 이번 시즌만큼은 진정한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http://juventus.theoffside.com/files/2008/05/alessandrodelpiero20072008.jpg)
그러나 유벤투스 특유의 ‘승리를 향한 DNA’는 여전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제니트와의 홈 경기에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1-0의 신승을 거둔 유벤투스는,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에서도 홈·원정 모두 승리를 낚아채며 레알 마드리드가 꿈꾸던 ‘리벤지 매치’를 다음으로 기약케 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항상 ’캡틴‘ 델 피에로가 있었다.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활약을 펼쳤던 그는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만 3골을 몰아치며 팀의 해결사 역할을 전담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의 2골을 비롯한 맹활약으로 마드리드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교체된 것은 경기 승패를 떠나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만 광경이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유벤투스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별들의 전쟁’이다. 어찌 보면 이탈리아의 최고 명문 클럽인 유벤투스가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특별한 의의를 두는 것이 우스운 일이겠지만, 클럽과 팬들에게는 지난날의 아픔을 털어버리고 유럽의 왕좌를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징계로 인해 여러 가지 혹독한 대가를 치루면서도 이러한 위기를 모두가 하나 되어 극복하자는 팀 스피릿과 결속력은 더욱 견고해져왔다. 이러한 유벤투스 특유의 정신력은 앞으로 벌어질 유럽 강호와의 대결에서 전력 이외의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은 단 2회. 화려하기 그지없는 리그 우승 경력에 비하면 초라한 유럽 타이틀이다. 하지만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최다 준우승팀(5회)이라는 경력이 증명하듯이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을 뿐이었다. 클럽과 팬들이 무엇보다도 특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말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가장 최근의 기억은, 경고 누적으로 02/03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장하지 못해 흘려야만 했던 네드베드의 눈물이 더해져 팬들에게는 더욱 아쉬운 기억으로 깊게 남아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것으로 보이는 네드베드에게는 이번 챔피언스리그가 6년 전 ‘통한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3시즌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돌아온 유벤투스에게 ‘별 중의 별’이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수도 있다. 하지만 실추된 클럽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당당히 이겨낸 그들의 정신력이라면,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바로 올 시즌에 이뤄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레알 마드리드를 연파한 것처럼, 앞으로 펼쳐질 16강을 비롯한 챔피언스리그 무대가 그들의 드라마틱한 ‘부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쓴다고 해놓고 꽤 시간이 흘러 업해서 아드옹께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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